[RF 기초 가이드 1/9] 시간영역과 주파수영역, 전자기 스펙트럼 이해하기 Leave a com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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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선 주파수(RF, Radio Frequency)는 인류가 멀리 떨어진 곳과 통신하고, 다른 천체를 관측하고, 지구를 더 깊이 이해하게 해 준 자연 현상입니다. 라디오·TV 방송국과 휴대전화가 만드는 신호도 있고, 우주의 펄서나 초신성이 내는 신호도 있습니다. 우리는 이미 RF 신호에 둘러싸여 살고 있습니다.

이 시리즈는 RF 신호의 기초, 시간영역과 주파수영역의 개념, 대표적인 RF 측정 계측기와 측정 기법을 차근차근 정리한 입문 가이드입니다. 첫 편에서는 그 바탕이 되는 개념 세 가지를 다룹니다.

이 편의 핵심 — ① 신호는 시간으로도, 주파수로도 볼 수 있다 ② 모든 파형은 사인파의 합이다(중첩의 원리) ③ RF는 전자기 스펙트럼의 일부이며 법으로 관리된다

시간영역 vs 주파수영역

어떤 일을 시간에 따라 측정하는 방식이 가장 익숙합니다. 자동차의 평균 속도는 이동 거리를 걸린 시간으로 나누면 됩니다. 이렇게 시간을 기준으로 측정하는 것을 시간영역(Time domain) 측정이라고 합니다.

전자회로에서도 시간영역 측정은 매우 흔합니다. 어떤 사건이 언제 일어나느냐가 설계의 성패를 가르기도 합니다. 전자는 너무 작아서 눈으로 볼 수 없지만, 전자가 하는 일을 관찰하게 해 주는 도구가 있습니다. 바로 오실로스코프입니다. 오실로스코프는 입력 전압을 시간에 따라 그래프로 그려 주는 대표적인 시간영역 계측기입니다.

그림 1-1. 오실로스코프에 표시된 두 개의 파형. 가로축은 시간, 세로축은 진폭입니다. 위는 사인파, 아래는 사각파이며 둘 다 시간에 따라 반복되는 요소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림 1-1. 오실로스코프에 표시된 두 개의 파형. 가로축은 시간, 세로축은 진폭입니다. 위는 사인파, 아래는 사각파이며 둘 다 시간에 따라 반복되는 요소를 가지고 있습니다.

오실로스코프로 사건이 언제 일어나는지, 진폭이 얼마인지, 사건 사이의 시간 간격이 얼마인지 알 수 있습니다.

사인파의 기본 용어

시간에 따라 변하는 신호를 이야기할 때는 기본 파동 이론의 용어를 씁니다. 전자회로에서 가장 자주 보는 파형이 사인파(Sine wave) 입니다. 부드럽게 변하는 주기적 파형으로, 다음 식으로 나타냅니다.

y(t) = A · sin(2πf + φ)
  • A: 진폭(Amplitude)
  • f: 단위 시간당 반복되는 횟수, 즉 주파수(Frequency)
  • φ: 위상(Phase). t = 0일 때 파형이 한 주기 중 어디에 있는지를 라디안으로 나타낸 값

주기(Period) 는 파형에서 반복되는 가장 작은 단위가 걸리는 시간입니다.

그림 1-2. 진폭과 주기 등 기본 용어를 표시한 사인파
그림 1-2. 진폭과 주기 등 기본 용어를 표시한 사인파

주파수는 정해진 시간 동안 이 주기가 몇 번 반복되는지를 나타내며, 둘은 다음 관계로 연결됩니다.

f = 1 / T

여기서 f는 주파수(Hz), T는 주기(초)입니다. 헤르츠(Hz)는 주기의 역수(1/s)를 나타내는 단위입니다.

예: 가정용 전원의 주파수 — 미국의 벽 콘센트 전압을 오실로스코프로 보면 진폭은 약 110 V, 주기는 16.67 ms입니다. 그러면 주파수는 f = 1/16.67 ms = 60 Hz 입니다. 이처럼 같은 파형을 시간 특성(주기)과 주파수 특성으로 모두 설명할 수 있습니다.

중첩의 원리: 모든 파형은 사인파의 합

사인파 같은 주기 파형의 기본을 알면 더 복잡한 파형도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5 V 사인파를 오실로스코프에 입력해 보겠습니다.

그림 1-3. 주파수 10 MHz인 사인파를 표시한 오실로스코프
그림 1-3. 주파수 10 MHz인 사인파를 표시한 오실로스코프

이제 20 MHz 사인파를 함께 발생시켜 비교해 봅니다.

그림 1-4. 10 MHz 사인파(노랑)와 20 MHz 사인파(하늘색)
그림 1-4. 10 MHz 사인파(노랑)와 20 MHz 사인파(하늘색)

그리고 두 사인파를 더하면 어떻게 될까요? 파형이 달라집니다.

그림 1-5. 10 MHz 사인파(노랑)와 10 MHz + 20 MHz를 합친 파형(파랑)
그림 1-5. 10 MHz 사인파(노랑)와 10 MHz + 20 MHz를 합친 파형(파랑)

이것이 중첩의 원리(Superposition principle) 입니다. 사인파를 더하면 원래 파형과 전혀 다른 모양의 파형이 만들어질 수 있습니다. 거꾸로 말하면, 어떤 파형이든 단순한 사인파의 합으로 만들 수 있습니다.

기본파와 고조파

  • 기본 주파수(Fundamental): 합쳐진 파형에서 반복되는 가장 낮은 주파수. 위 예에서는 10 MHz
  • 2차 고조파(2nd harmonic): 기본 주파수의 2배 주파수. 위 예에서는 20 MHz (2 × 10 MHz)

이렇게 고조파를 계속 더해 가면 원하는 파형을 만들 수 있습니다. 특별한 경우로, 홀수 고조파(1, 3, 5, 7, 9…)를 계속 더하면 사각파가 됩니다. 아래 그림의 아래쪽 파형이 홀수 고조파로 만든 것입니다.

그림 1-6. 10 MHz 사인파(노랑)와 10 MHz 사각파(하늘색). 모양은 점점 "사각"에 가까워지지만 기본 주파수는 여전히 10 MHz입니다.
그림 1-6. 10 MHz 사인파(노랑)와 10 MHz 사각파(하늘색). 모양은 점점 “사각”에 가까워지지만 기본 주파수는 여전히 10 MHz입니다.

같은 신호를 주파수영역에서 보면

이 파형들을 주파수영역에서 보면 어떻게 보일까요? 입력 신호의 진폭을 주파수에 대해 보여 주는 계측기가 스펙트럼 분석기(Spectrum analyzer) 입니다. 10 MHz 사인파를 입력하면 10 MHz 위치에 뾰족한 피크 하나만 나타납니다.

그림 1-7. 스펙트럼 분석기에 표시된 10 MHz 사인파. 10 MHz에 피크가 하나 있습니다.
그림 1-7. 스펙트럼 분석기에 표시된 10 MHz 사인파. 10 MHz에 피크가 하나 있습니다.

같은 방식으로 10 MHz 사각파를 보면 다른 모습이 나옵니다.

그림 1-8. 스펙트럼 분석기에 표시된 10 MHz 사각파
그림 1-8. 스펙트럼 분석기에 표시된 10 MHz 사각파

기본파 10 MHz와 함께 3차(30 MHz), 5차(50 MHz), 7차(70 MHz) 고조파가 보입니다. 이렇게 주파수영역으로 신호를 보면 어떤 주파수 성분이 있는지, 각 주파수에 전력이 어떻게 분포하는지 한눈에 알 수 있습니다.

구분 시간영역 주파수영역
가로축 시간 주파수
세로축 전압(진폭) 진폭 또는 전력
대표 계측기 오실로스코프 스펙트럼 분석기
잘 보이는 것 사건이 일어난 시점, 파형 모양, 사건 간격 신호에 포함된 주파수 성분, 주파수별 전력

스펙트럼 분석은 통신 회로, 라디오·방송, 송수신기의 설계와 문제 해결, 그리고 전자기 적합성(EMC) 측정에서 매우 중요합니다. 이어지는 편에서는 스펙트럼 분석기의 설계 원리와 올바른 사용법을 다룹니다.

푸리에와 푸리에 변환

파동에 대한 우리의 이해에 큰 기여를 한 사람이 프랑스의 수학자 장 바티스트 조제프 푸리에(1768–1830)입니다. 푸리에는 금속판에서 열이 전달되는 현상을 모델링하다가, 단순한 사인파를 더해 더 복잡한 파형을 만드는 방법을 고안했습니다. 이것이 푸리에 변환(Fourier Transform) 으로 이어졌고, 열역학과 전자공학의 많은 문제를 푸는 데 쓰였습니다. 푸리에 변환은 시간영역에서 측정한 신호를 주파수영역으로 바꾸는 방법이기도 합니다. 앞서 본 중첩의 원리도 푸리에의 초기 연구에 바탕을 두고 있습니다.

전자기 스펙트럼과 RF 대역

시간영역과 주파수영역의 개념을 알았으니, 이제 전자기 복사와 전자기 스펙트럼을 살펴봅니다.

전자기 복사(Electromagnetic radiation) 는 서로 동기화되어 진동하는 전기장과 자기장이 전달하는 에너지의 한 형태입니다. 파동 이론과 입자 이론으로 모두 설명할 수 있다는 점이 독특합니다. 또 매질 없이도 전파됩니다. 바다의 파도는 물이, 소리는 공기가 있어야 하지만 전자기파는 진공에서도 광속으로 진행합니다.

전자기파도 진동 주파수로 나타낼 수 있고, 자연에는 주파수의 최대·최소 한계가 알려져 있지 않을 정도로 넓은 범위가 있습니다. 이 주파수들을 물리적 특성이나 용도에 따라 묶은 것이 주파수 대역(band) 입니다. 어떤 대역은 대기를 통과할 때 손실이 적고, 어떤 대역은 특정 용도에 유용해서 실험용으로 따로 지정되어 있으며, 하나의 대역을 여러 기관이 함께 쓰기도 합니다.

대표적인 두 대역이 가시광선과 RF(무선 주파수) 입니다.

대역 범위 비고
가시광선 파장 400 nm ~ 700 nm (주파수 약 5×1014 ~ 1×1015 Hz) 사람 눈으로 볼 수 있는 대역. 빛은 관례적으로 파장으로 나타냄
RF 원문 기준 8.3 kHz ~ 300 GHz 통신, 방송, 데이터 전송, 전파 천문 등에 사용
그림 2-1. 전체 전자기 스펙트럼과 RF 대역
그림 2-1. 전체 전자기 스펙트럼과 RF 대역

RF 대역의 하한은 문헌과 규정에 따라 조금씩 다르게 표기됩니다. 이 글은 원문(8.3 kHz ~ 300 GHz)을 따랐으며, 일반적으로는 약 3 kHz ~ 300 GHz를 RF로 부르기도 합니다.

RF 대역은 어디에 쓰이나

  • 음성 통신: 휴대전화, 무전기, FM 라디오
  • 기기 간 통신: 무선 키보드, Wi-Fi 공유기, 게임 컨트롤러
  • 우주 연구: 푸에르토리코 아레시보 천문대 같은 거대 전파 망원경

RF 대역 안에서 통신과 방송용으로 지정된 주파수는 누구나 전송할 수 있는 대역과 면허가 필요한 대역으로 나뉩니다.

  • 면허가 필요 없는 대역: 시민 밴드(CB), 산업·과학·의료용 ISM 대역
  • 면허 대역: FM 라디오처럼 개인이나 기업이 특정 용도로 할당받거나 임대한 채널. 국가와 면허 보유자가 방송 내용과 전송 조건을 엄격히 감시합니다.

미국에서는 연방통신위원회(FCC)가 RF 스펙트럼을 규제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국립전파연구원이 전파 관련 규정을 관리합니다.

의도적 방사체와 비의도적 방사체: EMI

RF 이야기에서 빠질 수 없는 것이 전자기 간섭(EMI, Electromagnetic Interference) 입니다.

  • 의도적 방사체(Intentional radiator): RF 신호를 송수신하도록 설계된 기기. FM 라디오, Wi-Fi 공유기, 무선 키보드 등
  • 비의도적 방사체(Unintentional radiator): RF 신호를 만들 의도는 없지만 부수적으로 방사하는 기기. EMI의 주된 원인입니다.

EMI는 곧 RF 노이즈입니다. 비의도적 방사체가 내는 RF는 통신이나 제어, 정보 전달에 쓰이지 않는 불필요한 방사입니다. 설계에 따라 노이즈가 적은 제품도 있고 많은 제품도 있습니다. 만약 모든 전자기기가 큰 RF 노이즈를 낸다면 어떻게 될까요? 무선 조종 자동차가 근처 공항의 레이더를 방해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각국 정부는 제품이 낼 수 있는 EMI의 허용 한도를 법으로 정하고 있습니다. 한도를 넘는 제품은 제조사나 개인에게 큰 금전적 불이익을 줄 수 있습니다.

주의 — RF 실험과 개발을 할 때는 해당 주파수 대역의 사용 조건을 반드시 이해해야 합니다. 면허 대역이나 제한 대역에서 작업한다면 안전하게 작업하는 방법과 해당 대역의 규정을 먼저 확인하세요.

다음 편 예고

지금까지 시간영역과 주파수영역, 전자기 스펙트럼의 기초를 다졌습니다. 다음 편부터는 기본적인 RF 계측기와 측정 기법을 소개합니다. 일반적인 RF 부품 시험, 방송·무선 모니터링, EMI를 중심으로 이어집니다.

RF 기초 가이드123456789📑 전체 목차

본 시리즈는 RIGOL RF Basics Technology Guide를 한국어로 옮기고 읽기 쉽게 재구성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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